지난 주말 다영이의 첫 돌이 있어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오랫만에 다영이의 돌을 계기로 하여 가족들이 모일 수 있어 행복한 주말이 되었습니다. 다영이 돌잔치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버지께서 깜짝 놀랄 사건을 격으셔서 그와 관련하여 몇자 남깁니다.


괴한, '우리집'을 탐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던 때였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둘째 누나가 다영이를 데리고 집에 내려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가고 다른 가족들은 각자 방으로 잠을 자러 갔습니다. 아버지께선 거실에서 TV를 보며 소파에 누워계셨습니다. 그때 문밖에서 어떤 괴한이 우리집을 향해 소리를 치고, 욕설이 썩인 알아 듣기 힘든말들을 막 하더라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께서는 침착하게 괴한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112에 신고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20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다는 군요...

어찌됐건 한밤중의 소란으로 잠자고 있던 다른 가족들도 깨게 되고 그렇게 불안한 체로 그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괴한이 집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아 가족들 모두 다친데 없이 무사했습니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가족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괴한 소동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듯고 모두들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집은 다른집보다 담이 높지않고, 그나마도 담벼락을 장식해 놓은 창살로 인해 창문을 열어두면 골목에서도 집안을 살펴볼 수 있어 다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로는 대문에 붙여놓은 문패인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함이 한글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문패가문제가 되었습니다. 혹시 못된 사람이 작정을 하고,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어달라고 하지나 않을까 싶어 가족들은 문패를 때어내자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문패를 보고 문을열어달라고 하는 사례는 TV에서도 왕왕 소개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문패를 내릴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 있으셨고, 그래서 나온 것이 한자로된 문패를 달자는 것과, 문패를 현관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문패

우리집 대문에 걸려있는 문패
























문패를 내릴 수 없는 이유... 아버지의 꿈

아버지께서 문패를 내릴 수 없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남들보다 넉넉하지 못했던 우리집은 할아버대에 지은 집이 고향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집과 몇마지기 되지 않는 땅을 물려받으시고 농사일로 우리 육남매를 가르치고셨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서울에 상경하여 직장생활도 하시며, 육남매중 셋을 서울에서 낳았습니다.

무일푼으로 서울에서 아이 셋을 키우기가 쉽지 안았겠지요. 결국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농사를 짖게 되었는데 세상 모든일이 그렇겠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았겠지요. 고향생활이라고 서울생활에 비해 나은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농사일은 하늘일이 6할이라 정직하고 성실하게 땀흘려 노력하면 끼니걱정은 덜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저희 육남매 공부시키기 위해 진 빚은 홍수에 강물 불듯 불어습니다. 빚은 쉽게 불어도 줄이기는 곱절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떤 일도 마다않고 하셨지요. 농사일이 없는 한겨울는 공장 일용직일도 하셨지요.

아무튼 남들보다 덜쓰고 아껴 한푼두푼 저축하여 농토도 늘리고 결국에는 아버지께서 꿈에 그리던 집도 장만하셨습니다. 어렵게 장만한 집이라 애착도 가고, 그래서 함께 고생하신 어머님이름과 당신의 이름을 새긴 문패를 걸게 되었지요.

아버지께서는 해가 저물어 집에 돌아오실때 당신과 어머님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달린 집으로 들어오실때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껴지신다 하셨습니다. 이게 아버지께서 문패를 내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치안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고후 20분이나 지연하여 도착하는 경찰들을 보고 어떻게 치안수준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치안수준도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건지... 요즘들어 경찰들은 일반 서민들 관리하고 제압하기에 바쁜것 같이 느껴지네요...


아버지

소수서원에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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