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첫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5시 즈음에 일어나니 평소와 다르게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점퍼를 챙겨 입고 마당에 나가니 새하얀 눈이 슬리퍼 위로 올라왔다.
생각에 빠져들 틈도 없이 마당비를 찾아 화장실과 사랑채로 향하는 길을 내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쏟아질듯한 별빛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별빛이 마당에 내려앉은 '첫눈'에 반사되어 평소와 다르게 밝았던 것이다. 다시 방안에 들어앉아 눕지않고 옛 생각을 해봤다. 어릴 적 '첫눈'은 친구들과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그리고 신나게 눈싸움을 할 수 있는 겨울을 의미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오일장에 나간 어머니 보다도 '첫눈'이 더 기다려졌으니....
군대에서 '첫눈'은 노역을 의미했다. 추운 날씨에 보온이 부족한 내무실에서 어렵사리 빠져든 단잠에서 깨워 세우는 건 '눈'이었다. 연병장에 눈이 쌓이질 안도록 내리는 족족 쓸어내야 했던 기억은 '첫눈'과 함께 겨울 노역의 시작됨을 의미했다.
지금의 난 '첫눈'을 맞이하고 그 핑게로 메시지를 보낼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한편, 아침 출근길을 걱정해야 하는 속물이 돼버렸다.

초등학교 졸업문집에 썼던 동시가 기억난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옵니다.
반가워 두 손에 잡아 인사하면
부끄러워 녹아버리지요..
                -어린 안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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